[리뷰]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2014.6.21. 충무아트홀대극장 제이 최수진 백주희 육현욱)

2014. 7. 22. 11:29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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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 KBS TV특종 뮤지컬 쇼~타임!

 

(2014.6.21. 충무아트홀 대극장 제이 최수진 백주희 육현욱)

 

 

[리뷰] 아이돌이 부르는 ‘싱잉인더레인’


한석규가 나온 영화 ‘음란서생’은 근엄한 조선시대 사대부 세계에 은밀히 유통된 음란서적을 집필하고 유통시킨 서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장면에 이 서생은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한다. 책의 각 페이지에 조금씩 다른 그림을 그려 넣어 “차르륵~” 책장을 넘기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를 동영상이라 합시다!” 그런다.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미디어는 그런 식으로 발전한다. 사진이란 신기술이 개발되고, 필름의 진화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초창기 영화는 대단히 짧았고 소리도 없었다. 물론 흑백이었고. 그러다가 음악적 요소를 집어넣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뤼미에르의 첫 움직/동영상/영화는 1898년에 처음 상영되었고, 영화사에 있어 첫 유성/토키 영화는 1927년의 ‘재즈싱어’가 선을 보인다. 그러니 영화역사의 초기 30년가량은 목소리 없이 화면에서 극이 진행되었다. 자막과 함께. ‘재즈싱어’ 이후 영화판은 혁명적으로 바뀐다. 비주얼한 면만 내세우던 무성시대 배우들은 급속히 도태한다. 재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아티스트’란 영화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반백년 전, 1952년에 만들어졌던 뮤지컬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가 그 애틋한 사연을 다루고 있다. 이 걸작 클래식 영화는 1983년 영국 엔드웨스트에서 처음 뮤지컬무대에 오른데 이어 미국 브로드웨이를 거쳐 마침내 우리나라 무대에도 오른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가운데 공연을 시작한 ‘싱잉인더레인’이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무성영화시대.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 돈 락우드와 리나 라몬트가 콤비를 이룬 모뉴멘탈 영화사의 또 한편의 영화가 할리우드 극장에서 상영된다. 현장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왔고 카메라기자의 플래쉬 속에 라디오사회자를 현장을 단독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돈과 리나는 영화팬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커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것 같은 커플로. 돈은 댄스로, 싱어로, 스턴트맨으로 이 자리에 올랐고 리나에게는 듣기 불편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무성영화시대에는 괜찮았지만 세상은 급속하게 토키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돈은 어느 날 연기자를 꿈꾸며 파티에서 무희로 활동하고 있는 캐시 샐든을 만난다. 무성영화의 스타를 우습게 보는 맹랑한 아가씨. 정말 시대는 변했고 리나의 목소리는 우스꽝스럽다. 영화사는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 돈과 리나의 새 영화는 촬영 따로 녹음따로이다. 캐시 샐든의 아름다운 목소리도 리나의 우스꽝스런 목소리는 가려진다. 영화가 개봉되던 날 오만한 리나는 흥분하여 무대인사에 나와 노래까지 부르게 되는데. 불쌍한 캐시는 무대 뒤에서 대역을 해야 한다. 돈과 리나의 인기와, 돈과 캐시의 사랑은 어찌될까. 
 
SM, 뮤직뱅크를 넘어 뮤지컬 무대로
 
 
이번에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싱잉인더레인은 국내 가요계의 큰손, K팝의 선두주자인 SM이  투자하고 직접 제작에 나선 것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모두 SM소속이다. 주인공 돈 락우드 역에는 트랙스의 제이, 슈퍼주니어의 규현, 엑소의 백현이 맡았고 캐시 샐든 역에는 방진의, 최수진과 함께 소녀시대의 써니가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리나 라몬트 역에 백주희와 함께 ‘천상지희’의 선데이가 무대에 오른다. SM이 뮤지컬에 눈을 돌린 것은 그만큼 ‘K-뮤지컬’이 경쟁력이 있는, 아니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K-문화산업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유명 아이돌들이 경쟁적으로 뮤지컬무대에 올랐다. 기존의 뮤지컬업계/배우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돌스타의 출연은 곧 공연작품의 흥행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뮤지컬시장의 저변을 넓혀주는 장점이 있기에 반길 수 밖에. 뮤지컬 작품이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제작비 환수를 위한 기본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든 즐기든 시장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말이다. 문제는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일 것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뮤지컬 팬들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쏟아지는 비속에서 노래를
 
 
SM의 ‘싱잉인더레인’이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주로 전업뮤지컬배우는 조연급으로, 그리고 빛나는 스타의 역할은 전부 SM 출신이 맡았으니. 그러나 어쩌랴. 이 세계의 새로운 룰이니. 배우들은 예상 외로 연기를 잘한다. 돈과 리나, 캐시 샐든은 물론이고 나머지 앙상블 또한 무대를 활기차게 만든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돈 락우드 역을 맡았을 당시 진 켈리는 마흔 살이었다. 흑백무성영화 시절 영화판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유쾌함과 긍정적 마인드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던 돈과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은 밝을 거라는 캔디 정신의 캐시 샐든이 펼치는 로맨스는 춤과 노래와 함께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뮤지컬도 내용과 인물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비오는 거리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은 이번 뮤지컬에서 하이라이트로 쓰인다. 제작사는 이 장면에서 1만 5000리터의 물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정말 무대에서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돈 락우드가 우산을 돌리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보는 것이 이 뮤지컬의 백미인 셈. 그에 반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던 ‘대반전 커턴 콜’ 장면은 좀 더 극적인 연출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극중 극의 성격을 띠는 ‘작품 속 영화 촬영장면’은 이 뮤지컬을 두 배로 재미있게 만든 장치이다.

 
 
지난 21일 공연에서는 돈 락우드, 캐시 샐든, 그리고 리나 역으로 제이와 최수진, 백주희가 나왔다. 제대 후 무대공연에 오른 제이는 평이한 돈 역을 해낸다. ‘벽을 뚫는 그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최수진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여주인공 역으로 안정된 배역을 소화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액티브한 연기는 리나 역의 백주희다. 억지로 짜내는 가성과 ‘머리 텅빈’ 스타여배우 역할을 코믹하고, 재미있게 해낸다. 그래서 커튼콜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기도.

 
 
무성영화 시절의 낭만과 탭 댄스의 즐거움, 그리고 뻔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쏟아지는 비속에서 멋지게 피어나는 작품이 ‘싱잉인더레인’이다.

 
 
참, ‘Singin' in the Rain’을 ‘사랑은 비를 타고’라고 번역하지 않고 ‘싱잉인더레인’이라는 다소 애매한 제목을 붙인 것은 이미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다른 창작뮤지컬이 있기 때문이다. (박재환,2014.6.25) 


 
 

2014. 6.12. 진행된 프레스콜 행사에서의 시연 (규현출연 장면임)
 
  
공연명: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연출: 김재성  음악감독: 변희석  안무: 정헌재
공연기간: 2014년 6월 5일 ~ 8월 3일
공연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진: 제이(트랙스), 규현(슈퍼주니어), 백현(EXO), 방진의, 최수진, 써니(소녀시대), 백주희, 선데이(천상지희), 이병권, 육현욱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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