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아: 방주를 '탄' 사람들

2014. 3. 28. 11:10미국영화리뷰

반응형

 

특정 종교의 신자가 아니더라도 옛날에 ‘노아’란 사람이 커다란 배를 만들고 세상의 모든 동물들을 암수 한 쌍 씩 그 배에 실어서 전 지구를 뒤덮은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 것이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실린 이야기이다. 성서 속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엄청 많은데 ‘노아’도 대표적인 성서 미스터리의 하나이다. 하느님을 믿든 다윈을 믿든, 인디애나 존스 같은 고고학자들은 그 당시의 흔적을 찾기 위해 중근동 지역을 오랫동안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대부분 터키의 아그리다그산 (아라랏산)에서 하느님의 기적을 보려고, 아니 믿으려고 한다. 그 사이에 할리우드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감히 ‘노아’를 스크린에 담았다. ‘레퀴엄’과 ‘블랙 스완’ 같은 영화를 만들었던 이 감독의 취향과 성향을 안다면 그의 새 영화 ‘노아’가 반기독교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뭔가 묵직하거나, 뭔가 새로운 논쟁거리를 분명 던져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방주를 만들겠나이다

 

하느님은 7일에 거쳐 세상을 만들고 세상의 피조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인간세상은 하느님의 뜻과는 달리 타락한다. 하느님의 선택은 모든 피조물을 ‘일단 몰살시키는 것’이다. 인간세상에선 오직 노아만이 그런 신의 계시를 받는다. 그는 곧 닥칠 전대미문의 대홍수에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방주를 짓기 시작한다. 아무리 커고 튼튼한 ‘구조선’을 만든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태울 수는 없다. 신의 계시를 받은 노아는 세상의 모든 동물 암수 한 쌍씩과 그이 가족만을 실을 뿐이다. 대홍수가 시작된 날. 혼돈은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아비귀환처럼 달려드는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 노아의 신념은 굳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믿지 못하는 자는 모두 처단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 배에 오른 사람도 있다. 노아는 자신의 신념, 하느님의 계시를 따르려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자신의 뜻(하느님의 뜻)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서적 관점과 현실적 생각

 

신자라면, 종교적 관점이라면 신의 계시나 노아의 신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혼돈과 무질서, 죄악이 세상을 뒤덮을 때면 메시아나 종결자가 등장하여 한번쯤 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이란 사실을. 그런데, 창조주가 심심풀이로 만든 세상이 조금 빗나간다고, 데코레이션이 조금 어긋났다고 세상을 허물어버린다는 것은 다마고찌를 키우다가 맘에 안 들어 죽여 버리고-리셋해 버리는 것이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성서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가 창조된 지 10세대 후 하나님은 지상의 모든 생명을 쓸어버린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러셀 크로우라는 대단한 인상파 배우에게 ‘신념의 인간’, ‘고뇌하는 피조물’의 형상을 부여한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마저 외면하게 만드는 그의 신념은 고집에 가깝다. 나이가 600살에 이르렀으니 정상적인 신체노화현상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의 소리는 안 들리고 신의 소리만 들리는 경우일 수도.

 

영화, 그리고 생각들

 

그런데, 동물보호가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타락했으면 사람만 멸종시키면 되지 왜 ‘육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다 쓸어버리려고 했을까. 이건 신학자들이 답을 알겠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관람한 일반 영화관객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운 일이다. 동물들도 앞으론 교회에서 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노아와 아들들은 살아남았고 하나님은 구름 사이로 무지개를 활짝 비춰 영원한 언약을 남긴다. 이후 이야기는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 발가벗고 있는 후속담이다. 세상의 타락에 실망하여 그런 물난리를 쳤건만 왜 노아는 취생몽사 상태였을까. 노아는 뒤늦게 수몰된 죄 많은 인류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라도 한 것일까.

 

창세기에 쓰인 노아의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유사한 전설들은 많다. 결국 이런 이야기는 지구생태학과 사회범죄론의 결정판이다. 고고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대홍수의 흔적을 찾아냈고 그것과 노아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연결시켜보러 노력했다. 지금 이라크 지역인 옛 바벨론에 전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슈루파크의 우트나피시팀’이란 사람이 노아 역할을 한다. 우트나피시팀은 비둘기 대신 제비를 날려 보낸다.

 

나중에 생긴 유대의 전설에 따르면 노아는 방주에 태운 동물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단다. 영화에선 동물들을 재웠는데 유대 전설에선 노아와 아들들이 밤낮으로 이들에게 먹이를 먹여야했단다. 게다가 동물들의 배설물은 넘쳐나고 쥐들은 끝없이 번식하고. 그래서 노아가 코끼리의 몸을 쓰다듬어 돼지를 만들고 사자의 코를 만져 고양이를 낳았단다. 돼지는 오물을 치웠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기 시작했단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를 보면 영화 ‘벤허’나 소설 ‘천국의 열쇠’에서 느끼는 강렬한 신심은 생기지 않는다. 단지, ‘노아’란 사람이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 등장함직한 성격 괴팍한 시아버지 느낌이 더 든다. 이게 하느님의 불경이라면 달게 벌을 받을 수밖에. 그나저나 닉 놀테가 이 영화에 나왔다고 해서 무슨 역인가 했다. 돌거인=감시자 세미야자 목소리 연기였단다. (박재환, 2014.3.28.)


노아 Noah, 2014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로건 레먼, 레인 윈스턴
15세 관람가, 2014.3.20. 개봉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