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미] 쇼~타임!

2013. 8. 26. 12:3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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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어린이가 (세상의 이치를 안다고 할) 어른이 되는 순간은 두 가지 케이스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아니라 부모님이 준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과 프로 레슬링이란 것이 순전히 쇼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다 되어서도 혼란에 빠지는 것이 있다면 마술이다. 눈앞에서 직접 본 ‘쇼’이지만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상 쇼에 대해 나름대로 논리적인 분석, 물리학적인 추론을 펼치지만 마술사의 노하우와 상황적 분위기에 휩쓸려 마냥 판타스틱한 세상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최근 그런 환상적인 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나우 유 씨 미>라는 할리우드 작품이다. “마술사인 내가 이제 마술을 선사할 것이고, 이제 여러분은 아무 것도 없는 여기에 토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우 유 씨 미~” 이런 식으로 무대에서 사람이 사라지기도 하고 천정에서 돈다발이 쏟아져 내리기도 하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마술쇼가 펼쳐진다. 물론,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이 보자면 ‘트릭이다, 사기다’라며 고함지를지 모른다. 한국 개봉제목은 친절하게도 <나우 유 씨 미 – 사기마술단>이다. 두 눈 부릅뜨고 마술사의 손끝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카드 패를 어디에 숨기고 있는지 기필코 찾아내려면 말이다.

 

네 명의 마술사, 한 명의 사기꾼, 여러 명의 FBI수사관, 그리고 다수의 관객

 

 

 

마술사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길거리에서, 관광지에서, 작은 무대에서 판을 벌려놓고는 시시한 카드 마술이나 토끼 사라지기 묘기를 펼친다. 혹은 혼란스럽게 마구 떠벌리면서 상대방의 눈동자의 순간적 변화를 캐치하고는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거리의 마술사 네 명이 어느 날 한 명의 흥행사에게 동시에 캐스팅되어 라스베이거스의 거대한 쇼 무대에 올라 엄청난 마술쇼를 펼칠 기회를 갖게 된다. ‘객석에서 한 명을 임의로 무대에 불러 세워서는 최면을 걸고는 순간이동마술을 펼친다. 그 사람이 눈을 떴을 때는 프랑스의 한 은행 금고 안. 마술사는 그 금고 돈을 빨아 당겨서는 라스베이거스의 천정 환풍기를 통해 객석으로 쏟아져 내리게 한다. 이 엄청난 마술 쇼를 펼치는 네 명의 마술사들. 그리고 이들을 캐스팅하고 무대에 세우는 흥행사. 이들의 마술쇼는 점점 대담해지고 범죄에 근접하기 시작한다. 은행이 털렸으니 FBI가 나서고, 프랑스에선 인터폴이 날아온다. 게다가 마술 쇼의 트릭을 밝혀내는 것이 직업인 모건 프리먼 할아버지도 등장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방송카메라와 FBI와,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판타스틱한 마술쇼 – 범죄행각은 계속된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마술사의 손을 볼 필요는 없다

 

네 명은 각기 다른 스킬을 가진 마술사이다. 카드 패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마술사,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사히 빠져나가는 탈출묘기, 최면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 그리고 숟가락 휘기 같은 자잘한 마술사까지. 이들의 기술을 하나로 합치면 뭔가 근사한 작품이 될 것이다. 대단한 흥행사가 붙으면 라스베이거스 특설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블록버스터급 마술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모여 은행 돈을 털거나 현금수송차량을 빼돌리는 것은 마술과 범죄를 결합시킨 신개념 쇼이다. 뻔히 보면서도 당하는 통쾌함이나 현대판 로빈 후드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섞인 볼거리이다.

 

 이전엔 추석 명절에 TV에선 해외의 근사한 매직쇼 프로그램이 방송되었고 요즘은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곧잘 마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시청자’를 위해선 그런 마술의 트릭을 밝히는 –까발리는- ‘탐사고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카드마술은 ’타짜‘스타일이고, 공중부양에는 포스코의 비밀이 숨어있는 것을 시청자가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만. 어쨌든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갈수록 마술하기가 어려운 여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20년대 탈출마술의 제1인자 ‘후디니’가 펼친 마술은 눈속임보다는 부단한 육체훈련의 결과물이었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자물쇠를 채워놓고 물속에 던져놓아도 온몸을 비비꼬며 족쇄를 하나씩 풀고는 탈출에 성공하는 후디니의 마술은 ‘영혼이 자유롭기를 원하는 인간의 근원적 의지를 마술사의 육신을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쇼의 전형이었을 것이다. 후디니처럼 많은 마술사들이 연습에 매진한다. 유연한 몸놀림, 신속한 손동작,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매의 눈초리 등은 오랜 연습의 결과물일 것이다. 못 풀리면 야바위꾼이 되는 것이고, 근사하게 연마하면 라스베이거스 무대에도 오를 수 있다. 그러면 부와 명예를 얻게 될 것이고 말이다.

 

네 명의 마술사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마술사의 팀 이름은 ‘포 호스맨’이다. 거창하게도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포호스맨’(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이다. 백·적·흑·청색 말을 탄 기사 넷으로 각기 질병, 전쟁, 기근, 죽음을 의미한다나. 왜 이런 거창한 팀 이름을 지었을까. 이 영화는 라스베이거스 특설 링에서 펼치는 블록버스터급 마술과 같은 눈요깃감이 풍성한 영화이다. 그러나 ‘포 호스맨’이 등장할 만큼 힐링용 무비는 아니고, 로빈 후드를 기대할 의적영화도 아니다. 마술사는 열심히 마술을 펼치고, 형사들은 열심히 그 뒤를 쫓지만 궁극적으로 무슨 마술을 펼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 FBI수사관(남자)과 프랑스 인터폴(여자)의 로맨스로 마감하려고한 것인지 초짜 마술사 지망생이 최고의 마술사로 우뚝 서는 성장드라마인지는 관객이 어느 패를 쥐고 있는지에 달린 것이다.

 

어쨌든 쇼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흥행도 괜찮다. 속편이 만들어지면 이번엔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을 바꾸어놓을 세기의 마술쇼를 준비할지도 모른다. “자.. 토끼가 나올 것입니다.  나우 유 씨 미~”  (젠장. 비둘기잖아)  (박재환 2013.8.26.)

 

 

 

 


나우 유 씨미: 마술사기단 (Now You See Me)
감독: 루이 리터리어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우디 해럴슨, 멜라니 로랑, 아일라 피셔, 데이브 프랑코,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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