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메리카인 (빈센트 미넬리 감독, An American In Paris, 1951)

2008. 2. 19. 20:39미국영화리뷰

반응형

[파리의 미국인] 댄스, 댄스, 댄스...

[Reviewed by 박재환 2003-2-27]  올해(2003년)로 75번째를 맞이하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지난 세월동안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을 일별하면 그동안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영화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대강 알 수 있다. 끊임없이 발전해온 영화기술, 끝없이 영역을 확대시켜온 소재와 주제들이 전 세계 영화팬의 상상력을 꾸준히 자극시켜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해 최고의 작품에게 수상한다는 '작품상' 수상 목록을 보면 몇몇 작품은 "그해에는 무슨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었기에 이런 영화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뭐, '도토리 키 재기' 혹은 '할리우드식 상주기'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그다지 치명적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2003년의 시각에서, 그것도 미국사람도 아닌 제 3자가 보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 중의 대표작이 1952년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바로 이 작품 <파리의 미국인>(이전에는 <파리의 아메리칸>으로 통용되었다)이다. 

 그해 작품상 후보에는 <파리의 미국인>ㅡ<Decision Before Dawn>-<젊은이의 양지>-<쿼바디스>-<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이다. Decision Before Dawn라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들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옛날 영화평론가 정영일 선생이 진행하던 <명화극장>을 즐겨본 사람들이라면 이들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진면목에 대해서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다섯 작품 중 가장 작품성이 떨어지는 <파리의 미국인>이 작품상을 걸머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미술, 촬영, 의상, 작곡, 각본상 까지 받아서 모두 6개 수상작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래서 나온 소리가 '메이저 스튜디오 MGM의 농간', '진 켈리 밀어주기' 같은 음모론적 해석이다.

 그런데, 미국 애들 수준을 너무 높이 봐서 그런 삐딱한 시선으로 볼 것 없이 당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영화팬 들은 이런 로맨틱한 내용에, 혹은 신나는 음악에, 정신없이 흔드는 춤에 열광했던 현실이 고스란히 할리우드 영화판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할리우드에 뮤지컬, 혹은 댄스 영화가 휩쓸던 1940~50년대에 두 명의 타고난 춤꾼이 있었으니 바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 켈리였다. 진 켈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유쾌한 춤꾼 아저씨로 유명하다. <파리의 미국인>이 빅히트를 치자 이듬해에 만들어진 걸작 중의 걸작이다. 


 영화는 파리에서 화가로 성공하길 꿈꾸는 미국인 청년 제리가 프랑스 여인 리사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알고 보니 리즈에게는 이미 앙리라는 애인이 있었고, 제리에겐 화가로서의 출세를 보장해 주겠다는 돈 많은 마담이 달라붙는다. 

 사실, 이 영화는 기본 플롯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한 스테이지에서 다른 스테이지로 이동할 때 진 켈리가 유쾌하게, 경쾌하게, 신나게 노래 부르며 춤판을 벌이면 모든 게 바뀌니 말이다. 미국 현대 음악의 거장 조지 거쉬인의 곡에 맞춰 진 켈리는 탭 댄스에서 발레까지 유연한 몸놀림을 끝도 없이 보여준다. (그가 직접 안무를 맡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카데미 본상을 아니지만 특별상까지 받았다)

 진 켈리가 첫눈에 반하는 아가씨 리사 역을 맡은 배우는 레슬리 케론이다. 진 켈리가 영화 촬영을 앞두고 파리의 한 발레단에서 직접 캐스팅한 아가씨란다. 이 둘은 영화 내내 춤추고, 노래 부르고, 떠든다. 특히 영화 마지막엔 -우와~, 무려 20분에 걸쳐!!!!- 춤을 춘다. 

 내용으로 보자면, 리사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기 나라 애인 차버리고 미국 총각에게 넘어간 이유는 물론 '사랑'때문이지만 그다지 공감 가는 내용은 아니다. 

 2차 대전에서 독일군을 쫓아내주고 프랑스에 눌러앉아 좋은 대접이란 대접은 다 받고 있던 미국인이 이제 예쁜 프랑스 여자까지 차지한다는 내용이니 그다지 기분 좋은 내용은 아닌 듯.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자신을 해방시켜준 미국인이 그렇게도 고마운 듯. 그나저나, 그러던 프랑스가 요즘 이러는 것을 보니 정말 '국제정세'는 모를 일이다.  (박재환 2003/2/27)


http://screenprism.com/insights/article/what-is-so-legendary-about-the-an-american-in-paris-ballet-sequenc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