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레베카의 그림자 벗어나기

2008. 2. 19. 20:3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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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
 
이 영화는 클래식 무비 가운데 손꼽히는 명작이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 작품으로 지금 보아도 재미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그 유명한 히치코크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이 이 작품이다. 히치코크 감독이 영국에서 미국 건너와서 찍은 첫 작품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탄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린 셈이지만. 그해 아카데미는 정말 치열한 경쟁이었다. 작품상 후보엔 <분노의 포도>, <위대한 독재자(챨리 채플린)>, <필라델피아 스토리>, 그리고 히치코크의 또 다른 작품 <Foreign Correspondent> 등이 올랐었다. (당시는 후보가 꼭 다섯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해에는 작품상 후보가 10편이나 되었다!) 원작은 프랑스에서 꽤 유명한 대프니 뒤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스릴러 소설을 기반으로 하였다. 요즘 스티븐 킹처럼 그의 작품도 아주 많이 영화화되었다.  

   레베카는 여자 이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림자같이 주인공-처음엔 남자주인공을, 그리고 곧 여자 주인공을 억누르는 존재로 기능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줄곧 이 레베카에 대해 궁금해하고 기대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화가 시작되면 여자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We can never go back to Manderley again.(두번 다신 맨들린으로 돌아가진 않으리)라고. 그리곤 카메라는 멋지게 자리를 옮겨서는, 까마득한 절벽에서 곧 뛰어내리기라도 할 듯 절망에 빠진 남자를 보여준다. 이 남자 로렌스 올리비에이다. 이 위태로운 모습을 본 여자-조안 폰테인-가 "No! Stop!" 하고 자살을 만류한다. 둘은 그렇게 처음 만난 것이다. 곧 둘은 호텔 로비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이 영화에서 좀 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죠지 포르테스쿠 맥시밀리언 맥심 더 윈터(George Fortescu Maxillian 'Maxim' de Winter)이다. 그는 지금 심란한 상태에서 여기에 요양 겸 와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종합해보면, 그는 아주아주 사랑했던 부인과 사별하고는 추억이 서러있을 맨들린城을 뒤로하고 여기-남부 프랑스의 관광지-에 와 있는 것이다. 조안 폰테인은 한 귀부인의 수행비서로 여기 머무르고 있었다. 둘은 이내 가까와지고 곧바로 결혼하게 된다.(초특급으로 연결될 만큼 둘은 매력적인 남자이고, 여자였다!) 그리고 둘은 맨들린으로 향한다.

  영국에서 제일 크다는 맨들린 城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수많은 하녀와 집사, 거대한 집과 필연적인 고독과 어떤 비밀이었다. 특히 하녀장(長) 댄버스(Judith Anderson라는 배우가 열연했음) 부인의 차가운 눈초리는 더욱더 '드 윈터' 부인이 된 조안 폰테인을 알게 모르게 억압하는 것이다. 넓은 저택의 많은 방들에서 드 윈터 부인은 조금씩 이 집안에 서려있는 과거의 그림자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히치코크 영화답게 이 영화는 미스테리 터치의 멜로물이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안 폰테인은 서로 감정이 끌려서 결혼하지만, 이내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된다. 드 윈터는 과거의 아내가, 과거가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무도회가 있던 날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댄버스 부인의 계략에 휘말려 조안 폰테인은 둘 사이를 파경으로 이끌 일을 만들고 만 것이다.

  영화에서 음모론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둘이다. 하나는 하녀장 댄버스 부인. 처음 그녀의 행동거지는 미스테리의 극치이다. 마치 이미 죽은 드 윈터 부인과는 마치 동성애적 관계라도 있었던 것 같은 행동을 한다. 그것은 영국 귀족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테지만 흑백영화의 최대장점인 명암의 대비와 촛불의 미학, 그리고 클로즈 업의 위력으로 더욱더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 속 동성애를 다룬 유명한 다큐멘터리 <The Celluloid Closet>을 보면 이 영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동성애적 묘사가 있었다고 한다. 댄버스가 드 윈터 부인을 데리고 보여주는 옷장, 속옷서랍, 속이 비치는 속옷을 매만지는 손길이 암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타난 잭 파벨이라는 인물. 이 둘이 이 맨들린 城을 우울과 범죄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결국 그날-가장무도회의 날- 과거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맥심 폰테인은 이전 아내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었다. 둘은 결코 맞지 않는 커플이었다. 레베카(이전 아내의 이름)는 허영과 교만의 여자였고, 부정과 외도를 일삼는 악녀였다. 하지만 맥심으로선 가문의 명예를 위해 참고 있다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레베카가 "임신했어. 하지만 당신 아이는 아니지. 이 아이가 크면 당신의 재산은 이 아이의 재산이 되겠지..."라는 소리에 분노가 폭발하여 그녀를 죽이고 보트에 싣고는 강물에 침몰시켰던 것이다. 그날 시체가 발견되고 이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듯한 잭 파벨은 점점 더 맥심의 목을 죄어오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후반의 역전을 보여준다. -로렌스 올리비에도 희생자였음을 보여준다 - 그리고 미쳐버린 댄버스 부인의 마지막 발악을 통해 마지막 가슴 섬뜩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행복해진 두 사람이 다시는 여기 오지 않으리 다짐하며 다정하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며 <타이타닉>이 잠깐 생각났다. 타이타닉 찍기 전에도 이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미 아이돌 스타의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니 로즈 도슨으로 나온 케이트 윈슬렛의 가슴이 콩콩거린 것도 사실. 그러나 케이트의 말로는 영화내내 레오는 그녀에게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는 냉혈한이었다나. 하지만 실제 타이타닉 영화에선 둘이 아주 열정적인 연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조안 폰테인은 상당히 매력적인 여배우이다. 그러나 영화촬영 내내 조안은 로렌스 올리비에를 비롯하여 영화 스탭, 출연진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모양이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당시 사랑에 빠졌던 비비안 리와 공연하고 싶어했으니 말이다. (비비안 리가 활달한 남부아가씨로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에서 멜라니로 나온 배우 ‘올리비에 드 하빌랜드’는 조안 폰테인의 친언니란다. 이름으로 봐서는 전혀 혈연관계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조안 폰테인의 본명은 Joan De Beauvoir De Havilland이다. ^^) 그리고 인터넷으로 보다 조안 폰테인의 일본어 사이트가 있었다. 왠일일까 더 보니 조안 폰테인의 출생지가 일본이었다.

오랜만에 흑백스릴러의 백미를 맛 본 것 같다.   (박재환 1999/?/?)



Rebecca (1940)
감독: 알프레드 히치코크
주연: 로렌스 올리비에, 조안 폰테인
1941년 아카데미 작품상, 촬영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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