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 3편?] 아리랑도, 판소리도?

2011. 6. 24. 14:49雜·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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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하남성 용문석굴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인 표식물.  정식등재되면 뭐가 좋을까?




어제 이런 뉴스가 났다. “중국이 아리랑까지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바로 느낌이 왔다. 자기들 국가무형유산으로 선정하고 이어서 유네스코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일환으로...어쩌고... 그런 기사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것을. 아니나 다를까 오늘 모든 매체가 그런 기조이다. 중국이 웬만한 것은 다 자기들 것이라고 떠들고 있고 이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기사는 항상 정부는 그 동안 뭐했냐하는 네티즌 비난이 쏟아진다고 덧붙인다. (댓글도 100% 그렇고) 정말일까? 난 항상 중국 관련기사나 북한 관련기사를 보면 우선 의심한다. 우선, 오해하지 마시길. 난 순수 한국인이고 중국의 시답잖은 제국주의적 패권노선을 극도로 증오하니깐. 그런데 아마 내가 쓴 이전 글을 보면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란 걸 눈치 채실 것이다.

- 컴퓨터자판 표준화 논쟁이 일었을 때.. 세상이 다(특히, 이외수의 트위터까지) 중국 욕할 때 난 이상하다고 주장했었다.  (▶중국의 한글공정? 나라말싸미 듕귁에 달아....)

- 그리고 중국 사천성에서 김치를 자기들 고유음식이라고 주장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도 난 그 ‘파오차이’와 한국 ‘김치’는 원래 다른 것인데.. 너무 이상하게 몰고 간다고. 지적했었다. (▶[중국의 ‘김치공정’론] 김치는 어디에서 처음 만들었나?)

이번에 또 다시 중국의 <아리랑 논쟁>에 대해 다른 각도로 이야기하니.. 오해하실 분은 하시고, 이번 기회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선정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전문가라는 사람이 누굴 이야기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무얼 전공한 전문가를 말하지?

이번 사태는 중국 국무원(우리의 행정부)에서 발표한 한 문건에서 기인한다. (▶중국국무원 홈페이지)

5월 23일 발표된 중국 국무원 문건 제목은 <<国务院关于公布第三批国家级非物质文化遗产名录的通知>>(3차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등록에 관한 국무원 통지)이다. 비물질문화유산(非物质文化遗产)이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무형문화재이다. 공옥진의 춤이나 대목장 신응수의 장인기술 같은 것 말이다. 중국 국무원에서는 몇 차례 자신들의 비물질문화유산(무형문화재)을 선정하여 공식적으로 등록/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3차로 중국국가단위에서 정식/공식 인정한 무형문화재는 꽤 다양하다. 모두 10개 항목에 걸쳐 191개에 달한다.

민간문학 (41항목), 전통음악 (16항목,  전통무용(15), 전통 희극(20), 곡예(18), 전통교육 유예 및 잡기 (15), 전통미술 13, 전통기예26, 전통의약(4), 민속(23)

중국 국무원이 각 성 정부, 자치주, 직할시 인민정부의 신청을 받아 국가급으로 승인해 준 것이다. (아마 우리의 문화재 관리시스템과 인증제도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 문화재청에 들어가 보니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체제도 꽤 다양하다. 국보/보물/사적/명승은 천연기념물, 시도 유형/무형문화재, 문화재자료 등 다양한 레벨로 다루고 있다. 국보와 보물의 차이만큼이나 국립과 지방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조상의 숨결과 영혼이 담겨있는 중요한 문화자산이란 것이다. 이런 말은 안 해도 다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

중국 국무원 자료에는 어떤 것이 올라왔는지 보자

영화 <조씨고아>의 한 장면.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귀족의 아들이 바꿔치기 당해 겨우 멸문지화를 면하고.. 나중에 원수의 집안에 양자로 들어가서 드라마틱한 복수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민간문학(41개 항목)은 거의 ‘전설’에 대한 것들이다. 베이징에서 신청한 것으로는 천단(天壇)전설, 조설근(曹雪芹)전설이 있다. 베이징 관광해본 사람이나 소설 <홍루몽>을 이해하는 사람이면 이런 전설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 포함된 전설 가운데에는 산서성 맹현이 신청한 조씨고아 전설이 있다. 이 전설은 작년 <패왕별희>이 진개가(천카이거)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전설시대 중국의 치수사업과 관련하여 순 이름과 우 임금에  전설, 시인 소동파, 서예가 왕희지, 우리나라 허준에 해당할 약학가 이시진(李时珍) 전설도 등록되었다. 이런 식으로 중국 곳곳의 다양한 전설이 포함되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심청이가 뛰어든 바다가 인천 앞바다인지 평택 앞바다인지 제주도 앞바다인지.. 아마도 설화 전문가라면 대략 몇 가지 설이 있을 것이다. 홍길동의 (이야기의) 고향과 춘향전의 배경도 같은 방식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런 전설을 내세우고 있잖은가. 중국에서는 더 심하다. 중국 지방정부가 자기 동네 전설을 신청하여 이번에 중국 국무원이 이를 인정한 셈이다.

 

** 이것 하기 전에 중국의 민족구성을 알아둬야 한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한(漢)족이 가장 많다. 수치는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한족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 중 17개의 주요 순위별 인구수와 거주지역은 다음과 같다.

1. 장족(壯族) - 15,555,820 - 광서, 운남, 광동
2. 만주족 - 9,846,776 - 요녕, 길림, 흑룡강, 하북, 북경, 내몽고
3. 회족(回族) - 8,612,001 - 녕하,감숙,신강,청해,하남,하북,산동,운남....
4. 묘족(苗族) - 7,383,622 - 귀주, 호남, 호북, 운남, 광서, 사천, 해남
5. 위그르족 - 7,207,024 - 신강(新疆)
6. 이족(彛族) - 6,578,524 - 사천, 운남, 귀주
7. 토가족(土家族) - 5,725,049 - 호남, 호북
8. 몽고족 - 4,802,407 - 내몽고,신강,요녕,기림,흑룡강,감숙,청해
9. 장족(藏族) - 4,593,072 - 서장(西藏)
- 기타
포의족(布依族) - 2,548,294 - 귀주, 운남
동족- 2,508,624 - 귀주, 호남, 광서
조선족 - 1,923,361 - 길림, 요녕, 흑룡강, 내몽고
백족 - 1,598,052- 운남, 귀주, 호남
요족(瑤族) - 1,402,676 - 광서, 호남, 운남, 광동, 귀주
하니족(哈尼族) - 1,254,800 - 운남(云南)
태족(다이族) - 1,025,402 - 1,025,402
하사크족 - 1,110,758 - 신강, 감숙(甘肅)

아리랑이 문제가 된 것은 <<전통음악>> 항목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문화제 등록 신청을 한 것 가운데 이번에 16개가 승인되었다. 이것 역시 중국 각 성시 정부에서 신청했는데 자치주에 해당하는 것만 보면 이렇다.

연변조선족 아리랑



아리랑 阿里郎 (吉林省延边朝鲜族自治州)
哈萨克族民歌 (新疆维吾尔自治区伊犁哈萨克自治州)
塔吉克族民歌 (新疆维吾尔自治区塔什库尔干塔吉克自治县)
가야금예술 伽倻琴艺术 (吉林省延吉市)
京族独弦琴艺术 (广西壮族自治区东兴市)
哈萨克族库布孜 (新疆维吾尔自治区伊犁哈萨克自治州)

‘아리랑’은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신청한 것이다. 신장위구르자치주에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이 많은데 그들 노래도 포함되었다. 연길시에서 신청한 가야금예술은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아리랑 같이 조선족 것인가?

세 번째 전통무용 항목을 보면 전체 15개 중 소수민족 것이 9개나 차지하고 있다.


▶ 이건 뭘까? 중국 내몽골자치주의 한 소수민족(鄂温克族萨满舞)의  고유민속춤이란다.


老古舞 (海南省白沙黎族自治县)
棕扇舞 (云南省元江哈尼族彝族傣族自治县)
鄂温克族萨满舞 (内蒙古自治区根河市)
协荣仲孜 (西藏自治区曲水县)
普兰果尔孜 (西藏自治区阿里地区)
陈塘夏尔巴歌舞 (西藏自治区定结县)
安昭 (青海省互助土族自治县)
萨玛舞 (新疆维吾尔自治区喀什市)
哈萨克族卡拉角勒哈 (新疆维吾尔自治区伊犁哈萨克自治州)

조선족 자치주가 신청한 것은 전통민요 항목에 <아리랑>이, (그리고 연길시에서 신청한 <가야금예술>이 있고) 곡예(曲藝)항목에 하나 더 있다. ‘盘索里’라는 것이 요령성 철령시(辽宁省铁岭市)연변 조선족자치주가 함께 신청했다. 이게 뭔가 찾아봤더니 20세기 초에 중국으로 온 조선인이 가져온 가창+연극+공연형식이란다. ‘판소리’를 음역한 것이란다. 앗, 그럼 아리랑 말고 판소리도 중국이 자기 것으로 우긴다고 말해야하는가?

[민속항목]에도 있다. 모두 23개가 신청통과되었는데 각 지역의 민속이 골고루 있다. 호남성 녕원현(湖南省宁远县)에서는 순임금에게 지내는 제사(舜帝祭典)가 있고, 신장위구르의 한 자치주에서는 타지크족 민속복장(塔吉克族服饰)을 신청했다. 이 항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결혼예속이 승인되었는데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회혼례 뿐만 아니라 각 민족자치주의 저마다의 혼례풍습이 동시에 신청등록된 것이다.

조선족 추가요- 씨름, 추석, 환갑연도....

중국국무원은 이번에 191개를 신규등록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승인항목 중 164개에 대해서는 확대승인한 모양이다.(国家级非物质文化遗产扩展项目名录) 여기에도 ‘조선족’것이 몇 개 있다.

중국 소수민족 이족(彝族)의 씨름 모습


전통교육,유예,잡기 항목에서 연길시가 신청한 씨름摔跤(슈아이지아오)이 있다. 레슬링은 아니고 아마도 씨름같다. 조선족 씨름뿐만 아니라 이족(彝族摔跤), 위구르족(维吾尔族且力西) 세 개가 같이 등록되었다. 이 항목은 조금 재밌다. 씨름뿐만 아니라 매화권(河北省威县), 팔괘장(北京市西城区,河北省固安县), 형의권(山西省太谷县), 당랑권(山东省栖霞市,青岛市崂山区) 등 무예가 포함되어 있다. 가만 두면 태권도도, 택견도, 수박권(?)도 나중엔 중국이 다 챙기겠다..




민속 항목에서 중추절(추석)이 포함되었는데 이건 흥미롭다. 추석을 지내는 민족은 많을 것인데 신청한 곳이 연변조선족과 함께 산서성택주현(山西省泽州县)과 홍콩이다. 아마 이번에 이 세 곳이 추가로 신청한 것이겠지. 흑룡강성(헤이룽쟝) 목단강시에도 조선족이 많이 산다. 이곳 조선족 화갑례(朝鲜族花甲礼)가 포함되었다. 이건 환갑잔치를 말한다. 중국 쪽 기록을 보니 “조선사람들은 예부터 노인을 공경했고 사회생활에서 그들을 극진히 모신다. 그들의 60번째 생일을 특별히 축하하는 예이다..”라고 한다.

중국 국무원이 이번에 챙긴 것을 보면 중국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다 포함하고 있다. 자기들의 전설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기예, 예절까지 총망라한 셈이다. 당연히 53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 것도 다 챙기고 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석해냐하냐?

정말, 중국이 - 여기서 말하는 중국이 빨갱이 중국공산당인지, 한(漢)족 중국인지, 13억 중국할 때 그 중국인지는 모르겠다 - 조선족의 아리랑과 환갑까지 다 자기들 것이라고 여기고, 그걸 먼저 찜하여 유네스코에 등록하여 앞으론 영원히 아름다운 중국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보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한국)가 피해망상증에서 오버해서 중국을 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럼 어찌해야한단 말인가. 우리나라 외교당국이 나서서 중국정부에 대놓고 “조선족 관련해서는 절대 승인해 주지말라!”고 주장해야하는가? 그럼 연변의 조선족 사람 권익은 누가 챙기지? 한국정부가 챙기나? 북한이 챙기나? 아니아니... 우선, 연변족의 조선사람은 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

그런데 이번 중국의 일하는 방식에서 조금 배워야할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다양한 ‘옛 것’을 모두 등록관리할 모양이다. 전설도, 춤도, 환갑도. 우리도 남대문, 동대문, 단오절만 챙길 것이 아니라 다 챙겨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 유네스코는 뭐하는 조직이기에 먼저 신청하면 그걸 그 나라 것으로 공인이라도 해주는 것이란 말인가? 이게 무슨 특허청도 아니고.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유네스코문화유산.어쩌구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인류문화보호수단이지 않은가?

▶ 고대 고구려 왕국의 수도와 무덤군(高句丽王城、王陵及贵族墓葬)은 우여곡절 끝에 중국과 북한이 함께 등록했다


물론 안다. 유네스코문화유산 규약에서 인접한 국가에서 서로 주장할 경우 그 대처방법이나 해결책이 존재하고, 더 세련된 방법을 항상 연구 중이란 것을. 중국문화유산 가운데 고구려벽화군이 있다. 중국땅에도 있고 북한땅에도 있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이 함께 등록한 경우도 있다.

문화재청이 그리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뒤늦게(?) 허겁지겁 우리나라 모든 아리랑을 등록할 것이라고 한다.(▶문화재청 보도/해명자료) 그럼, 중국 국무원이 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다. 아리랑만 있나? 군밤타령, 도자기타령, 육자배기는 어떡할 것인가. 내년에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저런 거 신청하면 문화재청이 또 나설 것인가.

문제는 또 있다. 과연 비물질문화유산이란 게 어떤 것을 말하나. 나 대학 다닐 때 술 마실 때 부르던 음란가요(인천의 성냥공장아가씨.. 어쩌구하는 노래)는 해당 안 되나? 민중가요는? 모르긴 해도 동학농민운동 시절 전봉준과 의병들이 불렀던 노래나, 새야새야 파랑새야. 같은 것은?

▶ 이런 걸 중국에선 탕화(糖畵, candy made picture)라고 한다. 설탕물(엿)으로 만드는 게 거의 예술 수준이다. 중국 사천성 성도(청뚜)에서. 이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그럼 원조는? 옆에 뺑뺑이 돌리는 것의 원조는?.

길거리 가다 보면 달고나가 나오던데.. (내가 살던 곳에선 ‘똥과자’라 불렀다) 이건 신청 안해둬도 되나? 중국이 먼저 하면 그때 할 것인가?

참, 중국은 인구가 많다보니 관리할 것도 많은데 별걸 다 관리한다. 그런데 우린 맨날 그거 쫓아다니며 “사실은 우리가 먼저다”고 주장할 것인가. 참, 유네스코가 사람 골치 아프게 한다. (기사 찾아보니.. 중국은 비물질문화유산을 무려 ‘87만개’를 등록할 참이란다.윽!) (▶관련기사)

이건 동북공정. 어쩌구를 떠나..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목은 좋은데 조금 정신나간 짓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 하나 더. 중국과 한국만 그러는 게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몽골도 몇 개씩 원조논쟁을 펼치고 있다. 그게 다 유네스코 등록 때문이다. 난 근본적으로 그걸 고쳐야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 방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

이상, 박재환 본인도 잘 모르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잘못 서술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혹시 더 잘 아시고 더 잘 파악하신 분은 댓글로 의사 표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재환, 20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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