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발레] 폭력의 엘리제
일본영화리뷰 2008/02/19 10:29 |[Reviewed by 박재환 1998/9/23] 츠카모토 신야는 해외영화제에서 인기있는 감독이다. 그의 신작들은 일본 국내에서보다 외국 영화제에서 우선 소개되어진다. 그런데 이 사람 생김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같이 거구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그맣고 조금은 신경질적인 우디 앨런 타입이다. 오늘 영화 상영 끝나고(98년 부산영화제 때 이야기임) 여느 영화와 다름없이 어떻게 엮어볼까하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데 누군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지? 이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잖아. 언제 왔지? 그래서, 난 후다닥 종이 꺼내어 싸인부터 받아두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채 불이 켜지기 전에 어둠 속에서 자신을 알아본 한국 팬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는지 싸인을 해 주었다. 무슨 상형문자 같이 생겼다.
츠카모토 신야감독 작품은 <철남1>과 <동경의 주먹> 두 편을 보았다. 남들은 <철남>가지고 "우와우와!" 하면서, 기어이 2편까지 보는데 난 1편보고는 뭐.별로네..하고 2는 일부러 안 보았다. 하지만, <동경의 주먹>은 무척 좋게 보았다. 이 영화는 <동경의 주먹>에 가까운 영화이다. <동경의 주먹>은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츠카모토 신야(그는 감독,각본,편집,주연까지 다 하는 북치고 장구치고스타일의 사람이다)가 권투를 배워, 열심히 두들겨 맞는다는 다소, 환상적인 영화였다. 꽤나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더 심하다.
주인공 츠카모토 신야가 어느날 퇴근하니, 10년동안 동거하고 있었다는 (결혼은 안한) 아내가 자살하였다. 권총으로. 아내가 권총은 어디에서 구했을까? 며칠 후, 신야는 뒷골목에서 깡패들에게 흠씬 두들겨맞는다. 그 패거리 중에 여자가 하나 있었으니,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자살하려는 걸 살려주니 자기의 손을 깨물었던 여자였다. 신야는 복수를 생각한다. 그래서, 총을 구하기로 한다. 그는 한번 사기를 당하고는, 직접 인터넷으로, PC통신으로 재료와 제조 기술을 얻어 사제 권총을 하나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호기있게 놈들의 아지트로 찾아가서, 총을 뽑아들지만, 불행히도..작동을 않는다. 또다시 실컷 두들겨 맞는다. (<동경의 주먹>을 보면, 아내 찾으러 용감하게 나섰다가, 말도 안되게 얻어 터지느 장면이 있다!) 똑같이 관객은 이 황당한 상황의 아이러니에 웃고 만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는지 신야는 권총을 하나 얻게 된다. 그가 그 총을 갖고, 한판 벌이기도 전에 깡패들의 세력권 다툼이 일어난다. 자기를 두들겨패던 그 놈들이 이제 또다른 조직원들을 마구 두들겨팬다. (음, 분명, 1년전만 되었다면, 이 영화는 일본영화의 잔인성, 폭력성, 우려할만한 수준의 잔혹무비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영화보는 눈이 전부 관대해 진걸까?) 못을 박은 야구방망이, 칼, 뭐 이런 것으로 무장한 동경의 뒷골목 야쿠자들의 세력권 싸움을 보여준다. 이는 왕가위의 <열혈남아>보다 더 길고, 더 끔찍하다. 츠카모토 신야는 또다시 여기서, 아까 그 여자를 구해준다. 여자는 이제 조금씩 이 남자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정말 무서운 존재가 나타난다. 누군가가 이들 조직원들을 하나씩 처단하기 시작한다. 신야도 아니었고, 그 여자도 아니었다. 정체를 드러낸 사람은 이 영화내내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사람이다. 진짜 야쿠자이다. 그는 그동안 까불던 그 패거리들을 잔뜩 공포로 몰아 넣고는 "총 갖고 장난치면 위험해.."하고는 장 르노처럼 간단하게 하나씩 죽여버린다. 물론, 신야가 온몸으로 달려들어 그 여자를 살려낸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은 골병들대로 골병든 상태. 마치 <클래쉬>의 그 주인공들처럼, 온몸을 쩔뚝대며, 아니 신야의 전작 <철남>에서 잘못 끼워맞춘 볼트 너트의 로보트처럼 뻣뻣하게 일어선다. 그리고는 서로 잘 살아라고 하면서, 남자는 왼쪽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속도를 내더니 마지막에는 마구 달려간다... 그리곤 끝.
영화를 보면, <택시드라이버>와 <크래쉬>, <데드 위시> 시리즈, 그리고, 좀 오래 되었지만, <지푸라기 개>라는 영화를 연상시킨다. 신야가 총을 든 것은 정의의 전쟁은 아니다. 그는 단지 얻어 맞은 것에 대한 복수심에서였다. 그리고, 그 여자를 왜 그렇게 살리려고 발버둥치는지 뚜렷한 설명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보호한 여자와 마지막에 가선, 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헤어져 버리는지 또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GV시간에 뭘 좀 물어보려고 했다. 오늘도 사회는 토니 레인즈 아저씨이다. 불행히도 나에겐 마이크가 안 넘어왔다. 잉... 마이크 잡고 싶오라... 뭐..묻는 것은 실망스런 질문들이었다. 하나, 저위 이층에서 누군가 악을 써며 질문하나 했는데.."제작비가 얼마 들었냐?" 그에 대해 신야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본말^^) 아직 결산이 안 나왔다. 출연료도 여태 못 준 상태라고 한다. IMDB 가 보면, 이 영화에 대한 자료가 하나도 없다. 제목과 인물만 나와 있다. 그만큼, 덜 된 영화이다. 아마, 후반 작업이 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내가 만든다면, 신야가 손등을 깨물리는 장면이 첨가되어야할것 같다. 말로서만 한번 처리되고, 나중에 지하철에서 위험한 장난을 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걸 빼고, 저걸 집어넣으면, 좀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내 생각. 이 영화는 박재환영화가 아니고, 츠카모토 신야 영화이니 그걸 염두에 두시기 바람.
감독은 이미 일본이 너무나 위험한 나라가 되어, 이 정도 폭력은 일상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타란티노와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이 (<스카페이스>를 두고 한) 대담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두 거장이 의기투합한 것은 폭력영화는 실제 관객에게 폭력 심리를 남겨주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모르긴 해도, 이 영화보고 바보같이 따라하는 사람이 한둘쯤은 있으리라 본다. 영화를 영화평론가만 보는 것은 아니니,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일본의 폭력성은 심히 우려된다.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소리는 아니다)
츠카모토 신야는 GV시작 전에 무척 놀란 모양이다. 관객들이 온통 박수치고 난리였으니 말이다. 그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자기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어, 열광하는 객석을 향해 후라시를 터뜨렸다. 아마, 일본에서도, 외국 영화제 나가서도 이런 열광적인 대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에 온 일본영화 감독들..작년의 키타노 타게시, 올해의 츠카모토 신야, 이와이 슈운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대접을 받고 가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고...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참, 이 영화의 주제는 별로 없다. <택시 드라이버>가 미국의 사회적 병폐를 그렸다면, 이건 일본의 병폐를 그린 것이다. 나참, 참으로 간단한 요약이네 그려.
감독: 츠카모토 신야 (塚本晋也)
출연: 이가와 히사시, 마노 키리나, 무라세 타카히로, 나카무라 타츠야
한국공개: 1998년 3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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