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의 진실] 중국 르포작가 예용례의 책을 읽고 싶다!

2010. 9. 10. 14:5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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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조선일보에서 이런 기사가 실렸다. (▶여기: "김일성 심장발작 후 두 번째 헬기로 평양에 새벽 2시 심장 멈췄다")  중국의 한 작가가 <북한의 진실>이란 책을 통해 김일성의 사망당시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다. 중국작가가 전한 김일성 사망 당시의 상황은 이렇다. 연일 격무에 시달리던 김일성이 1994년 7월 7일 묘향산 별장에 머물 때, 옛 빨치산 전우(조명선 상장)의 사망 관련소식을 전해 듣고는 진노했단다. 당시 김일성의 옛 전우가 하나둘 숨을 거두는데 적절한 응급처치나 치료를 못하고 죽어갔단다. 그 와중에 김일성을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고 평양까지 이송해야했는데 헬기 사고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손 쓸 틈도 없이 죽었다는 것이다.

김일성 사망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의 첩보위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을 테고, 폐쇄국가의 특성상 권력심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중국작가가 전해들은 이야기의 신빙성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당시의 북한 권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짐작할 수는 있을 듯하다. 기사를 보면서 이 중국작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중국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중국기사를 발견했다. 작가의 책 <조선의 진실>이 중국에서 금서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판매금지 되었지만 이미 중국에서는 꽤 화제가 된 책이란다. 중국네티즌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만큼 말이다. ‘김일성의 사망과정’이 소개된 책이라면 평양에 어떤 비밀스런 커넥션이 있는 중국작가가 쓴 '내부정보' 정도로 이해했는데 좀 더 깊은 내막이 있을 듯 했다. 이 책이 중국에서 금서가 된 것은 2008년 7월의 일이다. 2008년이라면 중국이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하계 올림픽을 연 해다. 이 책은 (2008년) 3월에 출판되었고 북한대사관은 중국외교부에 항의를 했단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제없이 올림픽을 열고 싶어 한 중국 측은 즉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어떤 깊은 내막이 있을 듯하다.

베스트 작가의 북한관찰기

작가의 이름은 엽영열(葉永烈,예용례/예융례)이다. '葉'이 사람의 성(姓)으로 쓰일 때는 [엽]이 아니라 [섭]으로 읽는다고는 하지만 [엽]으로 읽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 우리에게 알려진 葉씨 인물로는 중국의 공산당 원로 葉劍英(섭검영/엽검영) 장군이나 홍콩의 여가수 葉蒨文(섭청문/엽청문)이 있고, 최근에 영화로 개봉된 葉問(섭문/엽문)이 있다. 여하튼 예용례는 중국에서 꽤나 유명한 작가이다. 1940년 절강성 온주인(浙江温州人)이다. 11살에 이미 시를, 18살에 과학소품을 발표하였고, 20살에 첫 번째 저작물을 냈단다. 그는 북경(베이징)대학교 화학과출신이란다.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과학지식보급/ 과학대중화 저술에 매진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중국 부총리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받기도 했단다. (문혁당시에는 하방당한 경험도 있다) 이 사람의 저작물 중에 중국 우주개발의 대부 소리를 듣는 전학삼(錢學森,첸쉐썬)에 대한 책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전학삼에 대해 ‘(한참 때의) 황우석+히딩크+김연아+앙드레 김’ 정도의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예용례는 1979년에는 한 영화스튜디오( 科教电影制片厂)에서 영화감독이 된다.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국립대 졸업하고 EBS의 과학교육프로그램PD로 배치된 것이다) 당시 고위직이었던 전학삼의 동의하에 중국의 우주시대를 열어갈 교육용 영화 <우주로 나가자>라는 시리즈물을 찍게 되었단다. (전학삼에 대한 전중국적 사랑은 따로 찾아보시기 바란다) 풋내기 예용례는 당시 초특급 군사보호구역이었던 우주비행사 훈련기지에 들어가서 영광스런 교육용 영화를 찍은 셈이다.  (▶여기)

이 사람은 이후 소설도 쓰고, 르포 기사도 쓰고 아동용 책도 쓰는 타고난 저널리스트 글쟁이이다. 예용례 작가 블로그(▶여기) 를 가보니, 늙으신네답지 않게 지금도 왕성하게 글을 남긴다. 중국 각지로, 대만으로, 일본으로, 세계로 돌아다니며 현장을 사진으로 찍고, 감상을 남긴다. 상해에서는 떨어진 우박을 컵에 담아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릴 만큼 생각이 젊다. (▶여기) 아마, 우리나라에 오면 최고의 인기 파워 블로거가 될 것 같다. 예 씨의 블로그는 정말 읽을게 많다. 얼핏 훑어보아도 타고난 호기심과 억제할 수 없는 문장력이 느껴진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지난 월드컵 때 한국이 그리스를 2:0으로 이길 당시 한국에 머물면서 느낀 한국축구에 대한 단상이다. (▶여기)
히딩크 호텔(그런 이름의 숙박업소가 있는 모양이다)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국인의 축구사랑을 전한다. 한국김치에 대한 글도 있다. (▶여기)


대만에 대해선 장개석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삔낭아가씨(槟榔西施)에 대한 관찰도 재밌다. (▶여기  台湾的“槟榔西施”) 이 사람은 르포 작가의 시선으로 사물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대만에서는 대만의 교과서를 통해 장개석 시대를 분석했고 평양체류 때에는 북한 어린이가 읽는 교과서를 통해 김정일의 통치에 대한 제3자의 냉철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건 꽤 재밌는 관찰이다. 소개한다. (▶여기)

조선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한 김일성 (朝鲜小学课本里的金日成)

조선(북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김일성에 대한 글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찬양은 대단하다. 그중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이 총을 들다>(伟大领袖金日成将军举起了枪)는 김일성이 소총으로 미군 전투기를 쏘아 떨어뜨린 신화를 묘사하고 있다.  (아마, 한국전쟁 당시 전선에서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김일성의 모습을 담은 모양이)-

 동굴에서 나온 김일성 장군은 친절하게 군사들에게 “밤새 춥지는 않았나” 묻자 전사들이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고 대답한다. “우리는 이길 수 있지?” “장군님의 영도 하에 우리는 자신 있습니다.” 이때 전령이 와서 보고한다. “중국지원군 팽덕회 사령관이 오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말한다. “아니? 부르지도 않은 중국동지가 오고 있다고?” 산속 동굴에서 담화가 이어진다.

김일성: (차를 권하며) 드시죠. 지금은 전쟁 중이라 이렇게 형편이 좋지 않군요.
팽덕회는 경모의 눈빛으로 김일성을 바라보며 “당신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미 제국주의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김일성: 조국해방을 위해서 우리는 온몸 바쳐 싸울 것입니다.
(어쩌고저쩌고..  외교적 덕담(?)이 한참 오가고...) 이때 싸이렌이 울린다. 전사가 뛰어 들어와서는 “미군비행기가 날아온다.” 김일성 장군은 손을 휘저으며 “그들이 오면 격추시켜라”고 말한다. 곧이어 폭탄이 떨어지지만 빗나간다. 김일성 장군은 38식 보총을 집어 들고 “나가 보자.” 그러자 부하들이 “장군님 너무 위험합니다.”라고 말한다. 팽덕회도 만류한다. 김일성 장군은 웃으면서 들고 있는 총을 보며 “이건 일본사람에게서 뺏은 것입니다. 육박전을 펼칠 때가 사실 더 위험하죠.” 동굴에서 나오자 미군 전투기가 하늘에서 오가며 계속 폭탄을 투하한다. 폭탄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용감한 인민군 전사가 미군기를 향해 총을 쏘아댄다. 김일성 장군은 분노하여 총을 겨눈다. 날아오는 전투기를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전투기는 공중에서 폭발하고 잔해가 흩어진다. 나머지 전투기는 겁을 먹고 모두 남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전사들이 “위대한 김일성 수령 만세, 위대한 김일성 장군 만세”라고 외친다.

뭐, 이 정도는 다 아는 내용..(사실, 우리 어릴 때는 모래알로 밥을 짓고 솔방울로 총알을 만든다고 배우지 않았었나?)  예용례는 이 내용을 소개하며 김일성의 허구의 사실을 교과서에 싣고 있다고 짧은 감상을 덧붙인다. 뭐, 작가가 친북작가는 아니란 것을 알 수 있겠다.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와 찍은 사진을 보면... 북한이 중국 사람 잘못 불러들어 후회하고 있을 것 같다.

예용례의 책 <진실한 조선>

예용례의 책은 <真实的朝鲜>이다. 진실한 조선/진실된 조선/조선의 진실.. 등등 인데 의미는 ‘리얼 노스 코리아’이다. 예용례의 문제의 작품 <조선의 진실> 출판, 그리고 출판금지 조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된다. 작가 자신이 내막을 글로 쓴 것도 있다.(▶여기) 예용례는 오래 전부터 조선(북한)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했단다. 상하이 출신의 영화감독 장건아(張建亞)가 북한을 다녀온 뒤 예용례에게 “조선에 한번 가보게나. 살아있는 공산주의의 화석이라네.”며  “빨리 가 보게 늦게 가면 아마 못 볼지도 몰라”라고 덧붙인 모양. 예용례는 직업정신이 동했는지 북한 르포를 생각한다. 아내와 함께 한달 정도 체류하며 북한을 관찰할 요량이었다. 북경의 북한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하러 갔더니 딱 한 사람만이 대기 중이었다. 비즈니스 때문에 북한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란다. 이 사람은 북한에 취재한다는 작가의 말에 깜짝 놀라서 “비즈니스 때문에 간다고 하세요. 작가신분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조선은 기자와 작가에 대해서는 집중관리해요.” 그 사람 말마따나 예용례는 비자를 받지 못했고 겨우 일반 여행객 신분으로 비자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미사일 위기, 북핵위기, 그리고 6자회담이 진척되던 때이다. 겨우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줄곧 조선국가안전부 요원의 감시 하에 조선 땅에 머물게 된다.

예용례는 북한을 벗어날 때에도 중점검사를 받았단다. 워낙 유명 작가이고, 비밀에 둘러싸인 조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기에 중국의 많은 출판사가 예용례에게 출판제의를 한다. 상해의 한 출판사 편집인이 와서 원고를 읽어보고는 ‘쇼크받을 정도’였단다. 그러면서 다른 출판사이야기를 들러준다. 쿠바의 <카스트로>관련 책을 출판했다가 내용 때문에 상층부로부터 엄격한 비평을 받았다고. <진실된 조선>의 내용이 너무 민감하여 출판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카스트로 하니.. 쿠바에서 우리나라 외교관이며 국정원이 쫓겨난 것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광동성의 한 잡지사(同舟共進)에서 원고내용을 압축하여 연재하였고 다른 잡지사에서 전문게재를 의뢰했다가 역시 내용을 보고는 역시 ‘게재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는다. 이런저런 시도가 모두 물거품이 될 때 북경의 한 출판사에서 민감한 부분을 삭제하고 출판하자는 제의를 한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출판사가 모두 책임지겠다면서.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중국의 포털에서 이 책의 내용을 게재하기 시작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 내용을 보고 한 라디오 방송사(北京人民廣播電台)에서는 <진실된 내용>을 라디오 방송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출판사 뒷거래도, 인터넷 게재도 아니었다. 한 외교부 은퇴 노간부가 그 라디오방송을 듣게된 것이다. 이 은퇴외교관은 중국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책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전한 다. 연락을 받은 중국외교부는 북경의 출판사에 <진실된 조선> 책자를 하나 보내라고 했고 출판사는 곧장 한부를 보내고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여가 지나도록 외교부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출판사는 외교부가 책 내용을 승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단다.

문제는 몇 달 지나 2008년 7월 초. 중국의 북경대사관이 중국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진실된 북한>의 유포를 금지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외교부는 중국국가신문출판총서(中國國家新聞出版總署)에 전달했고 곧바로 <진실된 중국>에 대한 금서령이 내려진 것이다. 그런데 금서령이 통한 것은 아닌 모양. 대형서점에서는 곧바로 수거되었는데 지방서점에서는 여전히 책이 팔리고 있었다. 7월 17일 조선대사관 측은 다시 한 번 중국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각지에서 그 책이 팔리고 있다고 항의한다. 중국국가신문출판총서는 다시 한 번 각지 서점에 금서령을 하달했단다.

지금은 어떨까. 인터넷을 보니 중국에 있는 한국분이 이 책을 구해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내용이 있다. 아마 중국에서는 이 책이 여전히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2년 전에 판금했다지만  그들이 그 넓은 땅의, 그  많은 서점에서 책을 모두 수거해서 불태웠을 리는 만무한 것 같다. 한권 구할 수 없을까. 한국에서 번역될 것 같은데 말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그런데, ‘민감한 내용’이란 게 뭘까. 김일성 사망내용이 민감할 것까지는 없는데.. 올림픽 앞두고 중국과 조선의 관계가 민감해지는 내용이 뭘까. 이 내용인 것 같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것은 2008년이다. 그런데 중국은 당초 2000년 올림픽 개최에 올인했었다. 1993년 9월 24일, 2000년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해 몬테카를로에서 IOC회의가 열렸단다. 베이징과 호주의 시드니가 각축을 벌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조선)이 중국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4차 투표까지 가서 45:43 두 표 차이로 북경은 실패하고 시드니에게 돌아간 것이다. 형제국가, 선린우방이라고 믿었던 북한에게 발등을 찍혔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이상하다. 아마 예용례의 원래 책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한 달 앞두고 조선대사관이 중국에 항의했고 중국이 여러모로 시끄러울 것 같아 금서령을 내린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1993년 IOC회의에서 북한이 중국에 반대표를 던졌을까. 비밀투표이고 누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아무도 모를텐데. 그리고 실제 반대표를 던졌더라도 외교적인 수사는 달랐을텐데. 북한이 중국에 ‘올림픽까지 반대’하며 내세운 ‘무언가’가 있는가? “우리 아들 김정일 후계 눈감아 주소”라고 했는데 중국이 “아니!”해서 홧김에 “베이징 결사반대‘한 것인가? 요즘 김정일이 중국 건너가서 중국 후진타오 만나고 전한 말이 무얼까. 천안함 때문에? 김정은 때문에? 아니면 정말 먹을 쌀 때문에?

예용례의 책은 중국 인터넷서점에서 볼 수 있다.   (▶여기)

중국인터넷에서는 조금 고생하면 불법파일 다운 받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랑 이상한 거 잔뜩 컴퓨터에 깔릴 걸 각오해야한다. 여하튼.. 저 책, 무삭제본으로, 한국에 소개되었음 한다.  (박재환 20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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