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y 박재환 2002/5/6]
   어제 저녁에 비디오를 하나 빌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보기 시작했다. <원더풀 라이프>라는 일본영화였다. 우리 집사람은 이 영화를 부산영화제(3회/1998년)때 보았고 줄곧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 예를 들어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젊은이가 또 동반 자살했다는 뉴스 같은 것 - 만 나오면 이 영화를 들먹였다. 언젠가 꼭 보고 싶었었다. 일본영화의 운명이란 것이 다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극장에서 개봉되자마자 곧 끝나버렸다. 아내는 또 언젠가 읽은 <<이동진의 시네마레터>>를 이야기하면서 나보고 그 영화에 대해 이동진보다 더 훌륭하게 리뷰를 쓰라고 압력을 가했다. --;

영화 보고 나서 아내와 잠깐 영화 본 느낌을 나누었다. 밤은 깊어가고 영화 하나 더 보고 자려는 나를 자꾸 붙잡아서는 "왜, 내 눈을 똑바로 안 보는 거야. 응? 자기는 만약 죽어서 저렇게 된다면 어느 순간을 선택할 거야?"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 때 <사후>(死後)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었다. 사람이 죽고 나서는 1주일동안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에 머물게 된다. 이 곳 경계점(limbo)에서 그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가지 마지막 절차를 밟게된다. 첫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내고,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틀동안 그 기억을 재생하여 영상에 담는다. 마지막날 시사실에서 그 재현된 영상물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속에 모든 기억을 잊고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날도 모두 스물 명 남짓의 새로운 죽음이 도착한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 사람... 각자 많은 사연을 갖고 죽었을 터이니 그들이 생각해내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기다리던 옛 애인을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나던 순간을 기억하고픈 사람도 있고, 아내와 앉았던 마지막 공원 벤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세스나 비행기에서 바라다보던 흰 구름을 생각해낸 사람도 있으며, 친구들과 디즈니랜드를 갔었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도 있다. 물론, 아무리 떠올려도 결코 행복했던 순간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길고도 거칠었던 삶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미소를 지으며 이승을 하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0.6.3 일부생략)

  오늘 신문에도 자살사이트를 통해 세 명이 죽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신문에는 이들의 자살 수법이 존 그리샴의 <의뢰인>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

(2010.6.3 일부생략)

  아마, 엊그제 죽은 그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고 미리 자신이 가장 행복했었던 순간을 생각해 두었기를 바란다. 아마, 그런 기억이 없을지도 모른다. ... 그 순간을 어떻게든 넘기면 자신의 행복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삶은 때로 허망하지만, 잠시 푸른 하늘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신이 죽음을 생각한다면 <사후>를 보기 바란다.




 
 死後 (199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테라지마 스스무, 오다 에리카, 나이토 타케토시, 아라타 
한국개봉: 2001년 12월 8일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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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qnseksrmrqhr 2009/06/29 15: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독특한 시각의 영화였던걸로 생각됩니다.삶에 여유를 갖게하는 희망을 꿈꾸게 하는 고마운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