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감독 민병훈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자체를 생각해보게 하는 인물이다. 재작년 부산영화제에 <투 타이어드 투 다이>를 들고 부산을 찾았던 진원석 감독처럼 민병훈도 무척이나 영화에 빠진 한 시절을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스트반 자보의 <메피스토>를 본 후 동구쪽, 특히 러시아 영화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리고 많은 그러한 열성 영화팬들과는 다르게 민감독은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러시아에서 힘들게 영화학교를 다녔고 (그가 러시아에서 보낸 고난의 날은 키노 99년 10월호에 자세히 나와있다!!) 마침내 졸업작품으로 그의 기숙사 친구인 잠셋 우스만노프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그 머나먼 타지키스탄의 오지에서 그들은 순수 그 자체를 찍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에서처럼 담백함과 순수함이 넘쳐난다. 분명한 것은 민병훈이 아직 압바스감독이나 <책상서랍속의 동화>의 장예모 같은 국제적 지명도 없이 이 영화를 만들어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영화가 값지고 유행성 대작 제작풍토의 한국영화계 현실에 어떤 경종을 울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후반부 작업까지 포함하여 약 8,500만원의 순수 제작비를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불쌍한 제작 여건은 작년 부산영화제때에도 확인할 수 있었고, 지난 연말 서울의 한 극장에서 조용히 상영될때에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오늘(2000년 1월 15일) 서울 정동아트홀에서 1주일 더 앙콜 상영하는 것에서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비 몇 푼을 더 조달받을 수 없어 몇 부분 상처난 화면을 - 타지키스탄은 내전 중이었고 한번은 폭격으로 네가 필름을 다 날릴 뻔했단다 - 그대로 보여주어야만했다. 그것은 힘들게 찍고, 마침내 완성한 한 영화감독의 위대한 데뷔작에 내리는 聖水라고도 할 만하다. 남들이 '한석규' 데리고, 공룡을 불러다가 영화를 만들때 또 한쪽에서는 끼니를 걱정하며 필름을 걱정하는 영화감독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민병훈 정도는 되어야할 것 같다. 부디 좋은 스폰서 구해서 맘껏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한국의 관객들 중에도 그런 영화를 아끼고 염려해주는 진짜 영화팬이 의외로 많으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꿀벌의 꿀보다 더한 영화적 희망과 인간적 순수성을 맘껏 선사받게 된다. 좋은 영화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훌륭한 영화이다.
감독은 각종 영화제에서 우리 돈으로 3,000만원정도의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 돈을 모두 영화에 나온 마을에 목욕탕을 짓도록 기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부산의 PIFF거리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손바닥자국은 있지만 민병훈의 손바닥 도장은 없다. 대신 타지키스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우물이 있단다. 영화보면서 괜히 기분 좋아지는 경우 아니겠는가.
감독: 민병훈, 잠셋 우스마노프
주연: 마스투라 오르타크, 무하다스 쇼디
개봉: 199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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