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레이서] 중국영화도 제대로 웃긴다~ (닝하오 감독 瘋狂的賽車 Crazy Racer 2009)

2009. 9. 28. 11:00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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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9) 18일 용산CGV에서는 ‘CJ중국영화제2009’ 개막식 행사가 있었다. 중국시장의 광활함과 중국영화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본 CJ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제이다. 2006, 2007, 그리고 올해 3회째이다. 작년(2008)엔 북경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아마도 CJ(CJ엔터테인먼트, CJ CGV)은 서울과 북경에서 격년제로 영화교류의 장을 마련할 모양이다. 올 영화제에도 중국 최신작품 15편이 상영되었다. 개막식 행사에는 청융화 주한중국대사가 직접 참석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SARFT(광전총국) 관계자와 몇몇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그들은 중국영화시장의 확대와 한국자본의 중국진출을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10년은 앞서간다는 한국영화의 힘과 자본이 중국영화계와의 합작, 극장산업 진출 등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영화에 관해서는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객 수나 극장 수의 증가폭을 보면 침을 흘릴 만하다. 그러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콘텐츠의 부족이다. 중국도 그걸 알고는 하드웨어(극장)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영화) 측면에서 합작과 교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개막작으로 <크레이지 레이서>가 상영되었다. 중국어 원제는 <풍광적 새차>(瘋狂的賽車/疯狂的赛车, ‘미친 자동차경주라는 뜻)이다. 아마도 중국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풍광적석두>(크레이지 스톤)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2년 전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던 코미디이다. 단돈 300만 위앤으로 만들어 3천만 위앤을 벌어들이며 중국영화의 오락적 수준을 열배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바로 그 영화의 감독 닝하오(宁浩 녕호)가 만든 두 번째 크레이지’(펑광) 시리즈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전편에 비해 훨씬 규모가 확대되었다. 중국영화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 영화는 올해 1억 위앤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중국영화시장에서 1억 위앤을 돌파한 자국 영화감독은 장예모, 진개가, 풍소강에 이어 그가 4번째이다. 중국의 영화시장이 국제영화제용 작품에서 대중오락영화로서 규모의 경제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크레이지 레이서><크레이지 스톤>만큼 정신없이 웃기는 영화이다. 정신없이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정신없이 많은 사건을 일으키며 매 순간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영화의 공통점은 북경표준어가 아닌 지방 방언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아마 북경어 아니면 광동어(홍콩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이상한 어투에 적응이 잘 안될지도 모른다. 마치 뭐야 베트남 영화야 태국영화야 할 정도로...

영화는 중국의 풀뿌리(?) 민초들의 험난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전거선수, 대만출신 마약 밀매범들, 엉터리 제약업체 사장, 어수룩하기 말도 못할 2인조 킬러, 그리고 장례식업소 사장이 주요 출연진이고 이들과 더불어 중국공안(경찰)도 맹활약하고, 태국의 옹박스런 마약상도 등장한다. 이들 인물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구조의 그랜드호텔식 범죄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중국의 한 도시 (홍콩 건너 광동성 위에 있는) 절강성의 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자전거 경주의 마지막 결승선 통과 순간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하게 - 사진판독결과 0.01초 차이로 - 금메달을 놓친 선수는 껑하오(耿浩). 은메달을 손에 쥔 그는 홧김에 선수대기실에서 파라 리라는 인물이 전해준 정체불명의 자양강장제를 받아 마시고는 즉석에서 CF를 찍는다. 곧바로 도핑테스트에서 불법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은메달조차 취소되고 선수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당한다. 이 운 없는 전직자전거 레이서는 살기위해 낡아빠진 트럭을 몰며 생업에 종사한다. 껑하오는 곧바로 대만출신 조폭 마약거래상과의 엉뚱한 레이스에 끼어들게 된다.

단순한 스포츠 영화로 생각하고 앉아 있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코믹 플레이에 감탄하게 된다. 태국 마약상이 펼치는 옹박쇼에 웃다가 어느새 할리우드 스타일의 형사물이 되고, 또 영락없이 중국 수준의 사기꾼 범죄행각에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중국 네티즌들은 <크레이지 스톤>때 보여준 것 같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인다. 말도 안 되는 형편없는 실력의 두 킬러는 매번 프로패셔널해야한다.”며 직업정신(전문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대만 조폭들은 중국 땅에서 생고생을 다 하다가 이 동네 악당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분통을 터뜨릴 지경에 이른다. 이들 대사는 인기 유행어가 되었다.

정말 운 없게 실력파 자전거 레이서에서 범죄용의자로 쫓기는 인물 껑하오 역을 맡은 배우는 황뽀(黃渤,황발)이다. 도저히 마스크만으로 봐서는 스타와는 천리만리 간격이다. (우리나라 김수로와 개그맨 김경진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오는 사람이 하나같이 중국스럽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관객으로서는 정말 낯선 배우들이 등장하는 중국 풀뿌리 영화이다. 아마 그나마 유명한 배우라면 후효현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한 대만 중견배우 고첩(高捷, Jack Kao) 정도. 그는 이 영화에서 '무대포' 대만조폭으로 나온다. 그 조폭 보스로 출연하는 배우는 융상(戎祥)도 알고보면 대만에선 유명한 엔터테이너이다.

영화에 나오는  < 浮沉的兄弟 > 라는 곡이다 .  극중 대만 마약상 두목 역으로 출연하는 융상이 부른 노래이다 .  대만 바다건너 복건성 지역의 사투리 ( 방언 )  민남어 ( 閩南話 ) 이다 .  옛스런 조폭분위기가 느껴진다 .

닝하오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카미오 출연한다. 대만 마약상들이 거액을 주고 건네받은 마약가루상자(사실은 껑하오 코치의 유골 가루)를 들고 타는 택시의 운전기사 역으로 나온다. 그는 1977년생이고 중국영화계의 산실 북경전영학원(베이징 필름 아카데미)촬영과출신이다. <크레이지 스톤> 만들기 전에 이미 데뷔작 <향화>(香火,2003)로 많은 해외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인물이다. 보통 북경전영학원 출신의 5세대, 6세대 감독들이 해외영화제 수상 이후 문예물로 나아가는데 반해 그는 지극히 대중지향적인 코미디 물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영영화계의 총아로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 영화 성공에 이어 곧바로 새 작품 <무인구>(無人區)의 제작에 뛰어 들었다. <크레이지 레이서>에 등장한 황발, 서쟁, 파다, 왕쌍보(이들 배우 이름 들어본 적 있는가?) 등이 캐스팅되었단다. 코미디는 아니란다. 허걱! 그럼 뭘까? 여남(余男,위난)도 출연한다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잔뜩 기대가 된다.

닝하오 감독 카미오 출연

영화는 중국 길바닥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싼마이악당 범죄자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나쁜 짓을 해대고 다니는데 공안들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영화검열의 실상을 안다면 이런 영화가 온전히 제작되기는 힘들 터인데 이렇게 매끈하게 나온 것을 보니 중국영화가 콘텐츠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고, 알게 모르게 중국영화당국도 적절한 수준에서 콘텐츠의 자유도를 확장시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마지막엔 껑하오가 결국 코치를 후~하게 장사지낸다. 중국 민중들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식 (검은 복장, 검은 선글라스의 젊은 애들이 병풍처럼 뒤에 서 있는)의 체면치레 장례를 선호하는 모양이다. 이들 조폭분위기 젊은이들이 만가를 부르는데 몇 놈은 입만 달싹거리는 것이다. 그러자 껑하오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프로정신이 없어. 립싱크(假唱)를 한다는 것은 수치야..” 이건 중국 가수들의 립싱크 풍조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조롱을 닝하오가 마지막 순간에 써먹은 유머이다. 참 재밌는 영화감독이다.

참 이날 <크레이지 레이서> 상영장에는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자리를 지켜 이채를 띠었다. 그들도 이제 한국관객이 아니라 중국관객을 보는 눈이 더 높아졌으리라 생각된다. (by 박재환 200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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