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박재환의 감수성이 한창이던 1998년에 쓴 리뷰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을 난 극장에서 세 번 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파고가 가라앉아 가는 요즘 문득 다시 그 망할 놈의 <타이타닉>을 보고 싶어진 것이다. 아마도 그 영화가 현대 헐리우드의 테크놀로지가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환상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타닉>은 사실 굉장히 돈 많이 들이고, 굉장히 공을 들인 작품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얄팍하고 어설픈 주제가 과소평가되고 말았지만. 곧 비디오로 출시되겠지만, 그 큰 화면의 엄청난 감동폭풍을 고스란히 이어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얼마 전에 유선방송에서 <포세이돈 어드벤쳐>가 방영되기에 ........ <타이타닉>의 아버지뻘이 되는 이 영화로 재난영화의 전형을 보기로 했다.

  사실 '타이타닉'과 '포세이돈'은 같은 듯 다른 것이 많은 영화이다. 타이타닉이 (당시)제조기술의 총체로서 첫 항해에서 박살난 것에 비해, 포세이돈은 마지막 항해를 나가던 길이었다. 둘 다 선박회사 높은 분의 명령으로 무리한 항해를 하다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 공통점이다.(그러고 보니.. 타이타닉이 가라앉은 것이 오만한 인류에 대한 신의 저주..같은 식의 비난은 좀 심한 것 같다. 만약.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갑판에서 키스만 안 했더라도, 그래서 망루에서 빙하 감시하던 놈이 한눈만 안 팔았더라면 타이타닉은 아마 첫 항해를 성공리에 끝냈으리라.. 음. 빙하만 피해 나갔다면...)

  연말연시.. 폭풍우를 뚫고 한 척의 거대한 여객선이 검푸른 파도를 헤쳐가고 있다. 초호화 거대 여객선 <S.S. Poseidon>이다. 하지만, 곧 이 배는 선장의 충고를 무시한 선박회사측의 명령에 의해 폭풍우 속을 전속 항진하다가 좌초한다. '타이타닉'처럼 뒷쪽에 물이 점점 차 오더니 그 무게 때문에 톡 부러진 것이 아니라 위아래가 완전히 뒤집어져 버린다. 그리고, 그 뒤집어진 배의 공간 속에서 Frank Scott목사가 살아남은 자들을 이끌고 프로펠러 (배의 가장 얇은 철판이 그쪽 부위라나.)쪽으로 가서는 결국 탈출에 성공하고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항상 분투하라!"고 이단에 가까운 설교만을 해대던 목사(진 해크먼이 열연한)와 항상 불평불만에 사로잡힌 어네스터 보그나인 두 사람의 트러블과 단결이 삶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기어오르고, 헤엄치고, 잠수하고, 헐떡대며 겨우 구조되기까지 그랜드 호텔 식의 인간드라마가 곁들여진다. 초로에 여행을 떠나는 잉꼬부부,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댓가로 공짜탑승한 자매, 전직 창녀를 와이프로 선택하여 알뜰살뜰 아껴주는 부부, 매 끼니 밥보다 더 많은 약을 먹는 신사..... 결국 그 배에서, 살아남은 자는 얼마 안 된다. 게다가. 끝까지 살 것 같았던 셜리 웬터즈 아줌마도 죽고, 진 해크먼도 마지막에 죽는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제 그 죽은 자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주제만을 남겨두고 말이다.

  이 배의 선장이 누군지 아는가? 오, 하느님 맙소사.. 레슬리 닐슨(<총알탄 사나이>의 그 웃기는 남자!)이다. 그 웃기는 아저씨가 저렇게 미끈하게 젊고 의무감에 가득찬 시절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진 해크먼은 등장 때부터 전투적인 발언으로 관객에게 투쟁의식을 고조하며 삶이란 싸워 쟁취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가 마지막 배 밑바닥에서 최후의 관문을 앞에 두고. 하느님에 대해 저주하듯이 울부짖는 말.

  " 무엇을 더 원합니까. 여기까지 올 동안 당신 도움 받은 적 없어요. 우리 힘으로 여기 까지 온 것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목숨이 필요합니까..." 그러면서 그러며. 공중에 매달려 헤치를 돌려서 연다. 인상 엄청 쓰면서... 그리곤 힘에 부쳐 떨어져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지.. 남은 사람들은 이제 책임감으로 교화된 어네스트 보가나인 고집불통을 뒤따라가서 헬기 타고 온 구조대에 전원 구조된다..는 이야기이다.

  타이타닉과는 비교도 안 된다. 어설픈 특수효과.. 하지만 적어도 타이타닉 나오기 전까지. 1970년대 작품이란 것만 염두에 둔다면. 괜찮은 볼거리도 많다. 특히 뒤집어진 배의 파티장에서의 아비귀환은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탈만했다. 특히 떨어지는 장면.. 유리창이 박살나는 장면..등등..

  음악은 그 유명한 존 윌리엄스이다. 제임스 호너 이전 가장 유명했던 음악 작곡가였지..물론 요즘도 왠만한 블럭버스터는 다 맡고 있지만 말이다... 주제가 <더 모닝 애프터>가 유명했었지...

  음.. 타이타닉 대신 본 영화치고는 실망이 좀 클 수밖에.. 역시 쨉이 안 된다. 레슬리 닐슨의 점잖은 연기 밖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에이.. 타이타닉 꼭 한번 더 보고 싶다. 이번에 볼때는 선장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재환  1998/7/8)


 
포세이돈 어드벤쳐 Poseidon Adventure (1972)
감독: 로날드 님(Ronald Neame)
출연: 진 해크만, 어네스트 보그나인, 레드 버튼스, 캐롤 린리, 로디 맥도웰, 셜리 웬터스
http://us.imdb.com/title/tt0069113/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41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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