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턴] 개 같은 날의 하루
미국영화리뷰 2008/02/17 18:16 |[리뷰 by 박재환 1999/11/26] 발에 치일만큼 많은 할리우드의 스타 영화감독들 중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여전히 명성을 떨치는 것은 순전히 그의 치열한 작가의식 때문일 것이다. 그가 미국의 보수적 언론들이나 역사학자들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영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정말 할리우드에서 몇 안 되는 깨어있는 영화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대중의 취향에 반하거나 일반 영화평론가들의 포화 망에서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가 직접 겪었던 월남전과 미국역사에 대한 열정적 연구의 결과이다. 그래서 나온 일련의 영화들은 일반 헐리우드 영화의 포장을 했지만 그 전달하고자하는 주제는 논쟁적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플래툰>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신경질적 미국역사관이나 <내추럴 본 킬러>에서 몰고 온 수많은 비난들 - 특히 영화가 남긴 폭력의 양상은 언제나 진행형의 논란이었다. 물론 올리버 스톤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이러한 논란거리의 영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유턴>같은 소품 영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영화는 42일만에 뚝딱뚝딱 만든 영화이지만,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존 리들리가 24살에 쓴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리다>와 <펄프픽션>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시드니 루멧의 <개 같은 날의 오후>같이 전혀 뜻밖의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 한 소시민의 재수없는 일상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주인공은 착하고 순박한 모범 시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휘말려 들어가는 사건은 정말이지 운없고 재수 없고 억울하다.
여기 엄청나게 재수 없이, 계속하여 일이 꼬이기만 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바비 쿠퍼(숀 팬)이다. 그는 이미 손가락 두개를 잘린 채, 제 시간 안에 나머지 돈을 갚아야만 한다. 이글대는 애리조나의 태양아래, 열을 받을대로 받은 무스탕을 몰고 한 도시를 지나가게 된다. 순간 도로 위를 가로지르던 한 야생동물을 치게 되고 그 순간부터 그에게 이 날이 최악의 날이 될 줄이야.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마을 슈페리어 입구에서 자동차마저 고장난다. 그는 자동차 수리공에게 차 수리를 부탁하고 마을에 들어선다. 마을에서 처음 그를 맞이하는 것은 인디언 거지 존 보이트. 그리고 이내 그를 은근히 유혹하는 제니퍼 로페즈를 만나게 되고, 그의 계부이자 정부인 닉 놀테와 맞닥치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몹시도 무더운 한낮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을 보안관, 그리고 철부지 커플 등을 차례로 정신없이 만나게 되지만 어느 하나 그의 뜻대로 일이 되는 법이 없다. 겨우 마련한 돈까지 강도 때문에 다 날리고, 그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범죄의 유혹을 받게 된다. 바로, 제니퍼 로페즈를 죽여달라는 닉 놀테의 부탁.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는 오히려 닉 놀테를 해치우고 함께 도망가자고 속삭인다. 애리조나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저물 때쯤이면 이제 바비 쿠퍼의 심리상태는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를 쫓는 악당. 그리고 이유 없이 그 주위를 맴도는 보안관까지. 그는 마침내 어떤 결정을 내리지만 그것 또한 그의 뜻대로 될 리가 없다.
이 영화에서는 스타 감독 올리버 스톤 이외에 귀에 익은 많은 이름이 나온다. 우선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이다. 이미 400편 가까운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대가답게, 그리고 <내추럴 본 킬러>에서 보여준 올리버 스톤감독의 음악적 취향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로 찌는 한낮을 장식한다.
숀 팬이 연기하는 바비 쿠퍼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실타래처럼 꼬여만 가는 상황을 뒤집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한다. 그의 의지와 욕망, 그리고 무엇보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를 옭아매는 첫 번째 사람은 자동차 수리공 빌리 밥 손튼. 이 사이코 같은 인물에 의해 숀 팬의 정신적 불안의 도는 점점 높아만 간다.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의 등장은 관객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그녀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제니퍼 로페즈는 계부 닉 놀테의 피해자이다. 그리고 이 동네를 뛰쳐나가고 싶어한다. 제니퍼 로페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게임은 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악인과 선인이 모호해지고, 그 탈출의 과정은 험난해지기만 한다.
그 와중에 잠깐 나타나는 조아퀸 피닉스와 클레어 데인즈의 연기도 호연이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손 팬의 운명을 농락하게 되고 애리조나의 쨍쨍 내리쬐는 태양을 원망하게 만든다. 출연진만으로 볼 때에도 이 영화는 결코 극장에서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은 라인업임에 분명하다.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숀 펜, 닉 놀테,제니퍼 로페즈, 빌리 밥 쏜튼
한국개봉: 1999/12/4
97년 Razzie Awards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남우조연상(존 보이트) 후보
'미국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계절의 사나이] 신념의 인간 (1) | 2008/02/19 |
|---|---|
| [이브의 모든 것] 코지 판 투테 (1) | 2008/02/19 |
| [레베카] 레베카의 그림자 벗어나기 (1) | 2008/02/19 |
| [이 드림스] 닷컴기업의 흥망성쇄, 디지털 영화의 발전 (2) | 2008/02/19 |
| [용서받지 못한 자] 혼돈의 시대 (1) | 2008/02/17 |
| [U턴] 개 같은 날의 하루 (1) | 2008/02/17 |
| [웨딩 싱어]연인은 무슨 속셈으로 결혼을 원하나? (0) | 2008/02/17 |
| [웨이트 오브 워터] 살인의 해부 (0) | 2008/02/17 |
| [존 말코비치 되기] 신체강탈자의 놀라운 경험 (0) | 2008/02/17 |
| [일곱가지 유혹] 뻔한 소원, 뻔한 결말 (0) | 2008/02/17 |
| [뷰티풀 마인드] 미친 천재 (0) | 2008/02/17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루한 학과 수업을 재미있는 영화로 각색하여 배운다면 얼마나 효과가 만점일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게으른 자의 한심한 넋두리일 수도 있겠지만...의외로 영상이 가져다 주는 여러 효과들은 이런 상상이 곧 실현될 것 같이 느껴지게 합니다...무한한 마음의 우주를 모습으로 나타넬 수 있는 영화의 확장된 능력을 빨리 보고싶습니다....좋은 글 감사하며...언제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