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그 중에서도 제일은 세번 째 진가신 것이니..

2008. 4. 20. 19:24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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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2-11-5]
 
물론 이 시점에서 <쓰리>는 헐리우드 영화에 대항한 동아시아 국가 영화만들기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의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재능 있는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미끈하게 뽑아내었으니 말이다. (대체적으로 태국 작품이 함량미달이라고 한다. 다행히 난 그 작품은 건너뛰고 작품을 감상했다) 관객입장에서는 세 나라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면서 미세한 차이와 더불어 개별 감독들의 특기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세 나라의 중견(?)감독을 캐스팅(!)하여 <삼인삼색>이라는 옴니버스 기획물을 만든 적이 있다. 엄청난 기대 속에 공개된 작품은 웬걸 상당히 '치기어린', '장난스런',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 정도 네임벨류의 감독이 겨우 그 정도 제작비로, 그 정도 짧은 시간에, 그 정도 작품을 만든 것은 신생영화제로서는 복이요, 운이라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디지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라는 미학적 수사는 남겼으니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아카데믹한 단계를 뛰어넘어 상업적으로 꽤나 성공적인 작업이었다. 특히 세 나라의 감독들은 자국의 영상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경쟁심리가 은근히 깔려있었든지 체면치레의 작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일단 두 작품은 접고.. 진가신 감독의 <고잉 홈>을 보자. 세 작품 중 가장 영화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첨밀밀>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여명과 증지위가 나온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짧은 영화가 갖추어야할 미덕과 구조적 건실함을 가졌다. 호러적 분위기로 시작하여 코믹한 안정감을 주더니 잔잔한 감동의 로맨스를 펼치니 이 얼마나 훌륭한 단편영화의 본보기인가.

  홀애비 홍콩경찰 증지위는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아들놈이랑 <소름>에 나옴직한 아파트에 이사온다. "내눈에 어떤 여자애가 보여요."라는 아들에게 "무슨 남자가 겁이 많아?"라는 아버지. 이 영화는 아주 좁은 아파트와 아주 제한된 출연인물, 그리고 극히 한정된 대사와 상황포착으로 이 아파트의 옆 집에 사는 '여명'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단번에 관객에게 내던진다. 여명은 이미 죽은 아내를 살갑게 돌본다.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선 경찰 증지위는 죽은 아내를 마치 산 사람처럼 씻겨주고, 돌봐주는 여명을 보게된다. 고함도 지르기 전에 증지위는 여명에 의해 포박당한다. 집안 한쪽 구석에 묶여있는 증지위. 여명은 "이제 내 아내는 곧 부활할 거야"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호러스러움에 빠져들거나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첨밀밀>의 감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관객은 (미안하게도) 김기덕 적인 엽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은 자를 3년이나 껴안고 사는 극도의 정신질환, 혹은 지극한 사랑. 어쨌든 그 경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랑임을 눈치채게 된다. 여명의 행동은 아주 묵직한 느낌을 준다.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3년을 노력한다. 약초물에 아내를 씻기면서 "아내는 곧 깨어날 거야!"라고. 그 행위를 지켜보는 증지위는 이 사람이 미친 놈이란 걸 직감한다. 여명이 말한 3년째 되던 날. 여명은 증지위를 풀어준다 .하지만 곧 들이닥친 경찰. 경찰은 여명을 잡아간다.

  물론 잡혀갈때 아내의 손끝이 잠깐 떨린다거나 눈에서 눈물이 비친다거나 하는 것은 이 영화를 지켜본 사람의 기대+희망사항이다. 감독은 그 이상을 노린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여명의 최후에 찾아오는 사랑의 힘을 깨닫게 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기다림과 희망의 절절함에 탄식을 보내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왕가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단조롭고 평이한 느낌을 안겨준다. 낡은 아파트를 낡았다고 굳이 내세우지도 않고, 여명의 절절함을 굳이 클로즈업으로 따라다니지도 않는다. 여명의 손에서 잘려나가는 약초에서마저도 동양적 신비감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관객은 그저 관찰자로서 여명의 아내가 사랑받았는지, 그리고 3년을 기다린 결과가 무엇인지를 기다릴 뿐이다.

  사랑한다면, 그리고 믿음이 있다면, 3년은 짧은 순간인 것이다.

 여명은 이 영화로 대만 금마장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박재환 2002/11/5)

Three/三更(2002)
Memories 김지운 감독, 김혜수, 정보석
Wheel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Suwinit Panjamawat, 유지니아 위엔, 콤낏 유띠용, 사비카 칸차나마스
Going Home 진가신 감독, 여명, 증지위
한국개봉: 2002/8/23
imdb   네이버영화   香港影庫=HKMDB   m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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